뇌를 자극하는 포스터 > Designer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을 몇십 분이나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다. 무릉도원으로 향하는 강물 위, 작은 배를 그린 수묵화가 왠지 모르게 마음에 와닿았다. 그런데 그렇게 수십 분을 바라 만 보고 있었더니 정지된 그림 속 물살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그 잔잔한 물줄기는 구부러진 강 목을 따라 잔잔 히 굽이쳤고, 작은 배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수런수런 들리는 듯했다. 그렇게 족자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뜯어보는 매 순간이 새롭고 감동적이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처럼 밀도 높은 감상을 경험한 적은 없었다. SNS를 할 때면 종종 아래위로 스크롤링하던 손가락이 딱 멈추는 경우가 있다. 바로 모션 포스터를 만나는 순간이다. 이 갈길 바쁜 시대에 무려 수십 초를 허비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작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곤 한다.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디자인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화해왔다. 모션 포스터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201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발전해온 그래픽 디자인 형태다. 모션 포스터의 구성은 전통적인 지면 포스터와 비슷하지만 포스터의 일부 요소가 영상처럼 움직인다. 이러 한 모션 포스터가 왜 더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바로 정지된 이미지와 움직이는 영상, 각각의 장점만 취사선택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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